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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는 이야기

시골이 좋다 | 시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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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5일장: 매월 5일/10일/15일/20일/25일/30일은 부여 장날
부여장은 시외버스 터미널 뒷편부터 새시장까지
부여시장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성왕로 173번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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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치과에 들러 스케일링 치료를 받고 제과점에 들어 엄마가 좋아하는 롤케잌을 하나 사 들고 버스 시간에 맞춰 성요셉 병원(부여 시내에서 제일 잘 나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예전 집은 시내 옆이어서 걸어갈 만했는데, 이젠 차로 20분 쌩쌩 달려서나 갈 수 있는 시골 중 시골로 이사하셨다.

충청남도 부여는 20년 전에 이사와 이젠 매우 익숙한 도시이다. 소도시여서 관광사업때문에 바뀌는 것 이외에는 크게 바뀌는 것들이 없는 시골 도시이다.

버스 정류장은 실시간 버스 도착 알림 전광판과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맞춤 온돌 의자까지 갖춰져서 매우 세련되게 바뀌어 있었다.

자주색 모자를 쓰신 할머니께서 ‘이 양반, 어디가시나?’ 처음에는 나에게 하는 말인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거기 자네 말이야.’, ‘네, 저는 용당리 가요.’, ‘그려? 나 외산가는 버스가 언제있나 알려주게.’ 버스 정류장에 젊은 사람이 나 하나라는 이유로 할머니는 나를 집중 공략하셨고, 나도 처음보는 버스 시간표에서 외산 방면 버스를 찾아 가장 가까운 시간을 알려드렸더니, ‘이따 버스 도착하면 알려주게.’ 그러고 싶었지만 ‘할머니, 제 버스가 먼저 와요. 10시 30분에 외산가는 버스 오니까 그거 타세요.’ 그리고는 뒤 의자에 앉으신 할아버지와 그 할머니는 동네 지리와 버스 정류장에 대해 언쟁이 시작되었고, 순식간에 이 언쟁은 버스 정류장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삽식간에 번져서는 각자 하고 싶으신 것을 게의치 않고 말하시는 희귀한 관경으로 변했다. 나는 혼자 씨익 웃고 말았다.


용당리 가는 버스에 올라, ‘아저씨, 버스 요금 얼마예요?’, ‘1,300원’ 그렇게 댕그랑 동전을 요금통에 넣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위치의 좌석(내리는 문 다음 두 번째 창가쪽 의자)에 앉았다. 시골버스는 교통카드 ‘삐~’ 소리보다 동전이 요금통에 떨어지는 정겨운 소리가 더욱 많아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장날(부여 장날, 매 5일, 10일)에 타는 시골버스는 참 재미있다. 큰 솥단지, 작은 나무, 열무묶음 등 큼지막한 짐보따리들을 들고 버스 타셔서는 본인 뒤에 올라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인사하고 수다가 시작된다. 가끔 내외하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너무 귀여우시다.

(가끔 버스가 출발할 때 솥이나 무언가가 버스 바닥에 나뒹굴기더 한다.)

일부러 들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들의 병원 다녀오신 이야기, 농사짓는 이야기, 어느 집 누구 이야기들은 내 귀를 거쳐가고 꼬불 꼬불 시골길을 롤러 코스터 탄것 처럼 달리다 보면 어느 새 집에 도착한다. 나는 그렇게 순박한 시골버스에서 시골미소와 인심을 가득 즐기다가 내린다.


다행히 나는 아직 이 동네 새 얼굴이라 모르는 분들이라 말을 걸어오지는 않으셨다. 말들은 안해도 내가 누구인지 매우 궁금해하실 것이다. 그건 이 주 후 동네 집들이에서 알아 가시는 것으로 ^^

부모님이 약 3주전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하셨는데 동네 전통이 새로 이사를 오면 ‘동네 사람들을 모시고 집들이’를 해야하는데, 하루 날 잡아 음식 대접을 하는 것이라는데, 동네 잔치일 듯 하다.

아참, 시골버스는 다음 정류장 안내 방송이 없다. ㅠ.ㅠ 가끔 친절한 아저씨는 정거장을 구수한 육성으로 알려주시지만 하루종일 그렇게 하실 수는 없으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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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게 좋다.
- 택배 아저씨, 가스 배달 아저씨, 우체국 아저씨가 전화해서 ‘새로 이사온 집이주?’라고 물으신다.

- 마당에 앉아있으면 지나가는 할머니가 ‘큰 딸이여?’ 라고 물으시며 지나가신다.

- 아버지가 드룹나무 다듬는데 지나가시던 동네 아주머니가 한 그루 달라하신다. 냉큼 뽑아 하나 자전거에 고이 얹어드린다. 잘 가져가 심으셨을라나 가시가 많은 나무인데.

- 생일이라 프랑스 남편이 한국 친구에게 부탁해서 꽃과 케잌을 보냈으나 배달 아저씨가 나더러 우리집 위치가 어디쯤인지 설명해달라하신다. 살짝 귀찮지만 아니 내가 어디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사람사는 냄새나는 시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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